친하지도 않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어지럽지만
걱정마 혼자서 잘 갈 수 있어
그렇게 모두를 뒤로 한 채 나와서
지하철 안으로 내 몸을 싣고
비틀대며 앉을 곳을 찾아
잘못없는 창문에 뒤통수를
온전히 맡긴 채로
가만히 눈을 뜬 채
누구도 보지 않는
지하철의 천장을 바라본다
출발하고 멈출때마다
기울어지는 손잡이들처럼
갈 곳을 잃은 내 마음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려
다행히 앉을자리는 있었지만
어느 곳에 발을 디뎌야 할 지 몰라
발 끝을 세워 발바닥을
의자에 붙여본다
아까부터 쭉 내 옆자리는 비어있다
어지러워요 나
나 토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