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둥둥~ 호기심 많은 하푸는
오늘도 빙하를 타고 모험을 떠납니다.
하푸는 오늘 어디로 갈까요?
“우와! 여기는 저번에 봤던 모래랑
또다른 색깔이네! 완전 진한 주황색이야!”
이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바로 캥거루가 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서북부에 위치한
그레이트샌디 사막이에요.
이 사막은 오스트레일리아 3대 사막 중 하나랍니다.
이곳에는 어떤 동물이 있는지 다 같이 살펴볼까요?
하푸는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그레이트센디사막의 모래평원을 다니고 있어요.
어? 그런데 저기 좀 보세요.
“어? 여기 모래가 좀 꿈틀거리는데? 뭐지?”
하푸는 조금 더 자세히 다가가 모래를 살펴보았어요.
모래가 움찔움찔. 뭔가 모래 속에서 움직이고 있나봐요.
하푸는 모래 속에 뭐가 있는지 보고싶어
손을 뻗어 모래를 걷어보려 했어요.
그러자 옆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안돼! 걔들이 스스로 나와야 한다고. 저리로 비켜줄래?”
“어? 누구지? 으악! 깜짝이야! 살려주세요!
뾰족거리는 나무가 걸어다녀요!“
이런, 하푸가 도깨비 도마뱀의 모습을 보고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군요.
이번에 하푸가 만난 친구는
오스트레일리아 모래 평원에 사는
도깨비 도마뱀이라는 친구에요.
온몸에 원뿔 모양의 크고 작은 가시를 가지고 있는 친구랍니다.
색은 연한 갈색에 보호색 역할을 하는
황금색과 갈색 무늬를 띄고 있지요.
이런 도깨비 도마뱀의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가시악마도마뱀'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괜찮아, 나 너 안잡아먹어.
가시로 해치지도 않을거야. 너는 누구길래 이렇게 겁이 많니?”
“아, 나는 북극에서 온 아기곰 하푸라고 해.
그나저나 진짜 나 안찌를거지?
네 생김새 진짜 무시무시하다. 도깨비가 앞에 붙었을만 해.”
“그럼! 이런 외모를 가지고 있어야
이런 척박한 사막환경에서도 살 수 있다고.”
“그렇구나.”
드디어 하푸가 도깨비 도마뱀을 덜 무서워하게 되었나봐요.
하푸는 눈을 가리던 손을 슬쩍 치우며
도깨비 도마뱀에게 인사를 건냈어요.
그런데 아까 봤던 모래에서 또다시 꿈틀꿈틀 거리는 움직임이 보여요!
“아 맞다! 저기 안에 뭐가 있는지 매우 궁금한데,
한번 살펴봐야지.”
“안돼! 손 대지 마.”
“어? 왜?”
“거기 지금 잘 봐. 알이 깨어나고 있다고.”
정말이네요! 일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모래속에서 도깨비 도마뱀 새끼들이 주르륵 나오기 시작했어요.
도깨비 도마뱀은 8~12월 중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모래에 지름 약 15cm, 깊이 22cm인 구멍을 파고
그곳에 3~10개의 알을 낳아요.
알은 가만히 모래속에 살다가
80일이 지나면 슬슬 알에서 깨어나오지요.
하푸와 도깨비 도마뱀 앞에
점점 많은 새끼 도깨비 도마뱀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오! 정말이네! 이 친구들을 낳은 엄마는 어디있어?”
“이 친구들 낳은 엄마는 없어. 저 멀리 알을 낳고 갔을거야.
우리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혼자서 생활해야 해.
나도 참고로 알에서 깨어난지 열흘 정도 되었어.”
“헉! 정말?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어떻게 혼자서 살아?
그나저나 너도 대단하다.
그럼 열흘 동안 혼자서 이렇게 사막에서 살아남은거야?”
“그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하하. 으아악! 도마뱀 살려!”
“왜? 무슨 일이야!”
“저, 저기 도, 독수리가...”
하푸는 도마뱀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하늘에는 커다란 독수리가 날고 있었지요.
독수리는 곧장 다른 방향으로 휙 지나갔답니다.
“독수리 지나갔어?”
“응, 갔어. 독수리가 많이 무서웠구나.”
“응, 쟤들이 우리를 잡아먹거든. 너무 무서워.”
도깨비 도마뱀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간 채,
가시를 새우며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어요.
“아이구, 아무리 가시를 가진 무시무시한 모습이어도
태어난지 열흘정도 되고 그러면 아직 이 사막이 무섭겠다.
좋아! 오늘 내가 너의 일일 보디가드가 되어줄게!”
“진짜야? 나, 난 혼자 있어도 자, 잘지낼 수 있다고…!”
“그래도 천적을 만나면 무섭잖아.
내가 옆에 계속 있을 수는 없어도
오늘 하루는 같이 있어줄게.”
도깨비 도마뱀은 하푸의 제안에 살짝 망설이다가,
이내 감동받은 표정으로 하푸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그래, 오늘 하루 잘 부탁할게. 너무 고마워.”
“에헴! 이 몸만 믿으라구!”
“그럼, 오늘 할 일부터 말해줄게.
지금 나는 물을 마시고 있으니까,
조금있다가 해가 뜨면 일광욕을 즐길거야.
그런 다음에 개미를 잡아먹으러 갈거고.
꼭 같이 함께해줘야 해!”
“지금 물 마시고 있고, 일광욕하고, 개미. 알겠어.
앗, 잠깐만. 근데 너 지금 물을 마시고 있다고?”
“응, 너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순간에도 물을 마시고 있어.”
도깨비 도마뱀은 특이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공기, 모래 등 주변에 있는 수분을
끌어당길 수 있는 얇은 관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들이 관과 피부 사이사이 주름을 타고
도깨비 도마뱀 입으로 모여든답니다.
그래서 도깨비 도마뱀은 물을 찾아 먹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지요.
“우와, 너에게 그런 피부의 비밀이 있었다니.
진짜 부럽다. 나는 피부가 두꺼워서 땀도 엄청 나.”
“헉, 그러면 금방 몸에 수분이 다 빠지고 말거야.
내가 물가 근처로 안내해줄게.”
“응, 고마워.”
도깨비 도마뱀은 몸을 재빠르게 움직였어요.
그런데 도깨비 도마뱀의 발놀림이 남다른걸요?
“내가 사막에서 발 안 데이게 잘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우선 나처럼 엎드려봐.”
“어. 이렇게?”
“그렇지! 그런 다음에 발을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이렇게 오른앞발이랑 왼쪽 뒷발을 띄고,
그다음에 왼쪽 앞발이랑 오른쪽 뒷발이랑 띄고.”
“오른쪽 앞발이랑 왼쪽 뒷발이랑 왼쪽 뒷발이랑 오른쪽….”
이런, 하푸가 도깨비 도마뱀의 발걸음을 따라하는게
너무 어려웠나봐요. 하푸가 그만,
발이 엉켜 넘어져버렸네요.
“아이참, 내 설명이 어려웠어? 잘 봐바.
이렇게 앞발이랑 뒷발이랑 엇갈려서,
대각선 잇듯이 걸으면 되는거야.
오른쪽 앞발이랑 왼쪽 뒷발, 그리고 왼쪽 앞발이랑 오른쪽 뒷발.”
“아! 이렇게 두다리 엇갈려서 빠르게 가라는 거였구나!”
“그렇지! 자 이제 나를 따라와!”
“응! 그래.”
하푸와 도깨비 도마뱀은 재빠르게 다리를 움직이며
물가로 가기 시작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물웅덩이가 있는 곳에 도착했네요.
하푸는 물을 손에 받아 꿀꺽꿀꺽 열심히 마셨답니다.
“하~푸! 잘 마셨다. 고마워. 도깨비 도마뱀아,
이제 다음 스케줄 진행하러 가야지.”
“이미 하고 있어. 일광욕이야.
나처럼 차가운 냉혈 동물은 오히려
이렇게 햇볕을 쬐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동안, 독수리가 오는지 지켜봐줄 수 있어?”
“그래그래! 내가 잘 감시하고 있을게.”
하푸는 열심히 하늘과 땅,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잘 살펴보았답니다.
다행히 아직 무서운 동물은 보이지 않군요.
“자, 이제 다음 스케줄 가자. 밥 먹어야 할 시간이야.
우리는 개미만 먹거든. 그래서 개미가 많은 곳으로 가면 돼.”
“정말? 그 작은 개미만 먹고도 배가 불러?”
“그럼! 나는 하루에도 그 작은 개미를 수천마리나 먹을 수 있지.”
“우와, 그러면 배가 부르긴 하겠다.”
하푸와 도깨비 도마뱀은 방금 익힌 특이한 발걸음으로
개미를 찾아 나섰어요.
오, 확실히 사막에 개미가 많이 살고 있군요.
도깨비 도마뱀은 끈적한 혀를 이용해서
개미를 낚아채가기 시작했어요.
하푸는 도깨비 도마뱀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망을 봐주었답니다.
그런데, 그때! 쉬이익! 이상한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를 들은 하푸의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 시작했어요.
“으으, 이게 무슨 소리지? 이건 설마? 뱀?”
큰일이에요! 하푸 근처에 사막에 사는 뱀이 기어오고 있어요.
도깨비 도마뱀의 천적은 독수리 뿐만 아니라 뱀도 해당되지요.
그런데, 하푸는 뱀을 보고 무서워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지요. 그때였어요!
“저리 비켜!”
도깨비 도마뱀이 밥먹고 든든해진 힘으로
가시를 마구 치켜세우며 뱀을 몰아냈어요.
뱀도 깜짝 놀랐는지 부리나케 도망가버렸지요.
“으아, 너무 무서웠어. 이제보니 너 뱀도 물리치고,
정말 용감한 도마뱀이었구나!”
“우와! 정말이네! 나도 이제 어엿한 멋진 도깨비 도마뱀이 되었어!
하푸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어. 나야말로 고마워.”
하푸를 위해 도깨비 도마뱀이 천적을 물리쳤네요!
도깨비 도마뱀이 오늘 큰 성장을 한 것 같아요.
슬슬 저녁이 되자 도깨비 도마뱀과 하푸는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오늘 정말 멋진 친구를 만났지?
완전 무서운 가시에 둘러싸여 있는 도깨비 도마뱀을 만났어.
도깨비 도마뱀은 주위의 수분을 끌어당겨
물을 먹는 스펀지 같은 몸을 가지고 있었고,
몸이 차가운 냉혈 동물이라 이런 사막에서도 잘 살 수 있다니 부러워.
오늘 만난 도마뱀은 태어난지 열흘정도 되었는데
그렇게 멋지게 가시로 천적을 물리치기도 하고.
태어나자마자 혼자다니는데도
잘지내는 도깨비 도마뱀이 정말 용감해 보였어.”
하푸는 한층 성장한 멋진 도깨비 도마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빙하 위에 누웠어요.
하푸는 오늘도 빙하 위 작은 배에서
둥둥 떠다니며 하푸 하푸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