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농부에게 밭을 빌려주는 김 대감은
인색하고 욕심 많기로 소문이 자자했어.
김 대감은 매일 어디서 재물을 더 긁어모을까
눈에 불을 켜고 밖을 드나들었어.
소작을 준 논과 밭을 둘러보고 다니면서
농부들이 게으름을 부리지는 않는지도 살폈어.
"이보게, 안 씨! 지금이 몇 시인데
여태 새참을 먹는가?"
"아이구, 대감마님. 오늘 새참이
늦게 도착했습니다요."
"흠..흠.. 얼른 먹고 서두르시게.
이러다가 해 다 지겠네.
이렇게 느려터지니 허구헌 날
작물이 모자란 것 아닌가."
김 대감은 못마땅한 듯 돌아서서
다른 밭으로 갔어.
"이보게, 감나무 댁! 퇴비는 제때 주는 겐가?
이게 왜 이리 시들한가."
"대감마님 나오셨습니까.
요맘때 가뭄이 심해 그렇습니다. "
"가뭄이 심하면 물을 먼 데서라도
퍼 날라야 할 것 아닌가!
이렇게 게을러서야 원......"
이렇게 여기저기 눈에 불을 켜고
참견하고 다니던 김 대감이 하루는
장터를 돌다가 사람들이 쑥덕대는 소리를 들었어.
"글쎄 농사꾼 돌쇠가 아주
신묘한 물건이 생겼다지 뭔가?"
"신묘한 항아리?"
"그게 대체 뭔가?"
"글쎄 항아리가 두 짝이 있는디,
한 짝에다 곡괭이나 호미를 넣어두면
다른 한 짝에서 쓱 나온댜!
"예끼, 이 사람아!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내가 가졌다는가? 나도 들었다고 안 하는가?"
사람들은 소문을 두고 옥신각신 해 댔고
가만히 듣고 있던 김 대감은
급히 돌쇠네 집으로 향했어.
"이보게, 돌쇠"
"예, 나으리"
"자네가 내 밭에서 나온 물건을
마음대로 쓰고 있다고 들었네만.“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항아리 말일세!"
"그것은 나으리, 사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밭에 있던 것이 아니라
제가 묻어둔 것입니다."
"시끄럽네! 사정이고 뭐고 내 밭에다
두고 쓰고 있지를 않은가?
내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농부 돌쇠는 차마 말을 더 하지 못하고
항아리를 파내어 김 대감에게 넘기고 말았어.
“나으리, 이 항아리를 얻을 때
절대로 다른 용도로는 쓰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시끄럽다, 내 알아서 할 터이니
잔말 말고 얼른 파내어라!”
항아리 두 개를 가지고 온 김 대감은
입이 찢어질 듯 웃어댔어.
"으하하하하하하. 이제 드디어
부자가 되어 편히 살겠구나!“
김 대감은 항아리를 기거하는 방에 들여놓고
몇 날 며칠을 윤이나게 닦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소중하게 다루었지.
가끔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말이야.
"으하하하하...... 이제 나는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