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
이곳에 서서 빌어
빌어
이 도시 위로 빌어
빌어
이곳에 서서 빌어
빌어
이 도시 위로 빌어
넌 물어
너희 아빠가 네 가족들을 괴롭혀도
모 건설로부터 할머니 재산을 뺏겼어도
아직까지 여기 살고 있는 이유
내가 서울에서 사는 이유
넌 물어 뼈빠지게 일해도 기회조차 없어도
새끼손가락 걸었던 사람이 뒷통술 쳐도
아직까지 여기 남아있는 이유
내가 한국어를 쓰는 이유
못 떠난 이유
빌어
이곳에 서서 빌어
빌어
이 도시 위로 빌어
빌어
이곳에 서서 빌어
빌어
이 도시 위로 빌어
나도 잘 몰라
내가 왜 오만
가지 아픔 다 겪어도
도망치고파
떠나가고 말
겠다는 의지도 염원도
없었던 건지 어쩜
복수였을지도 몰라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시기적절
하게 업보로 돌아가야 마땅했거든
근데 돌아보니 돌아볼 필요조차도 없는
사람들 내어준 사랑은 아까웠지만
그저 손 흔들고 배웅해 주라는 서울시가
이해 가지 않아도 입안 가득 화로 차 있을 때
혼자 배꼽 잡으며 웃을 때도 난 서울에 머문 채
다 큰 어른이 됐어
어서 커서 어른 돼서
모둘 내 밑에 두겠어 라던 난 아직 밑에서
연명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달리
서울
난 내가 밟고 있는 땅이 어딘지 잘 알지
서울 넌 지켜봤지
내 아픔 슬픔 기쁨 그렇기에 여기 남아 살아 가지
내가 지켜야 할 모든 것이
이어 나가야 할 모든 것이
그건 내 식구
그건 내 친구
그건 내 이웃
그건 내 이름
그건 내 피부
그건 내 힘들
그건 내 신분
그건 내 믿음
그건 내 이음
그건 내 지금
그건 내 미래 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