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그때여 승상 부인은 생각다 못허여 시비를 불러 분부허시되 이애야 오늘은 심 낭자가 분명 죽었나 보다 제물이나 좀 장만해라 떠나던 강두를 찾어가 불쌍한 영혼을 한 잔 술로 위로허리라
그날 밤 삼경시에
진양조
주안을 갖추어서 시비 들려 앞세우고 강두에 당도허여 술 한 잔을 부어 들고 슬픈 말로 제 지낸다 심 소저야 심 소저야 아깝구나 심 소저야 늙은 부친 눈 어둔 게 평생의 한이 되어 어복의 혼이 되니 하나님은 무삼 일로 너를 내어 죽게 허시며 귀신은 어이허여 죽는 너를 못 살릴그나 무궁한 나의 애를 너는 죽어 모르건마는 나는 살아 유한일다 유유향혼이여 오호애재시향이라 제문 읽고 유식헐제 하나님은 나직허여 제문을 들으신 듯 별과 달이 희미허여 수심을 머금은 듯 물결이 잔잔허여 어룡이 느끼난 듯 청산이 적적허여 금조가 슬퍼헌 듯 부인이 기가 막혀 심 소저를 부르면서 눈물 감장을 못허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