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춘향이 잠을 깨고 나서 하도 마음 둘 곳 없어 울며 불며 눈물로 세월을 보낼적어
중머리 하루가고 이틀가고 열흘가고 한달가고 날 가고 달이 가고 해가 지낼수록어 임의 생각이 뼛속어 든다 도련님 계실 적에는 밤도 짧어 한일러니 도련님이 떠나시던 날부터는 밤도 길어서 원수로구나 도련님 계실 적에 바느질을 허량이면 도련님은 책상 놓고 소학대학 예기 춘추 모시 상서 백가어를 역력히 외여가다 나를 힐끗 돌아보며 와락 뛰여 달려들어 나의 목을 부여안고 얼씨구나 내 사랑이지 허든 일도 생각이요 그 중 더욱 간절헌게 이별허기 며칠 전어 주련 한 장 쓰시기를 시련유죽 산창하어 불개청음 대아귀를 붙여두고 보라기어 심상히 알었더니마는 이제 와 생각을 허니 이별을 당헐라고 실참으로 쓰셨던가 임의 생각이 절로나네 춘풍도리 화계상어 꽃만 피어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 단장성어 비죽죽 와도 임의 생각 원암상노송정어 쌍비쌍쌍 저 뻐꾹새는 이리로 가며 뻐꾹 저리로 가면서 뻐꾹 뻑뻑꾹뻑국 임의 생각이 간절허고 추절가고 동절이 오면 명사벽해를 바라보며 뚜루루루루루 낄룩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에도 임의 생각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끝일 날이 없어 모진 간장이 불에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