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속 모르면 말 말라니 그 속이 울 속이오, 말 속이오? 답답허니 말씀 좀 허시오.”
“네가 하 물으니 말이지,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신단다.”
춘향이 반겨 허며,
“아이고, 그럼 댁에는 경사 나겼소 그려. 내 평생 원일러니 이젠 한양 가겄구나. 도련님 너무 좋아 우시오? 남원 땅 백성들은 명관을 잃사오니 원통타 하려니와 댁으로는 경사온디 이런 경사에 춤추기는 새로이 이렇게 울음을 우시니 댁 문중에는 이런 경사에 한 바탕씩 우시는 전례가 있소? 오오, 내가 도련님 따라 안 갈까 히서 그러시오? 여필종부라 허였으니 도련님은 내행 모시고 먼저 올라가시면 나는 예서 노모와 걸어갈 수는 없고 세간 등물 방매허여,”
[중중모리]
“건장헌 두패쪼군 밤낮없이 올라가서 남대문 밖 칠패거리 유벽헌 디 주인 정허고 도련님께 통지커던, 도련님은 나귀 타고 가만 가만히 나와겨서 우리 둘이 만나 본 연후으, 날 데리고 입성하야 일가댁 협실이나 단정한 초가에나 내 거처를 헌 연후으, 도련님 엄부형시하시라 자주 다닐수는 없을테니 한 달으 두 번씩만 다니실 제, 글공부 힘써 하야 벼슬길 높이헌 후 외방 출입을 다니실 제, 날과 함께 다니시면 살이 썩고 뼈가 살어진들 그 정곡이 어떻것소?”
도련님 속이 답답허여,
“네 말을 들어보니 세상이 편타마는 그리도 못허지야. 네가 만일으 올라오면 만나보니 좋지마는 너를 어데 숨겨두고 남 모르게 왕래헐 제, 하나 알고 둘이 알어 차제 전파가 되거드면, 오입쟁이들이 이 말 듣고 기생으로 내어세면 내 아무리 양반인들 내 계집이니 그리 말라 뉘를 대하여 말을 허며 오입쟁이 서울 법은 새로 구실드는 기생 서방 한번 내어세면 죽기는 쉽거니와 마단 말을 못허는 법이니 그런 말도 허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