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도련님 앞에 놓고,
“졸지에 채리느라고 잡술 것은 없사오나 이 술이 경사 술이오니 우리 한 잔씩 먹읍시다.”
“주주객반이라 허였으니 장모가 먼저 들게”
이 삼배씩 자신 후 어간 있는 춘향모라 자리보전허여 놓고 건넌방으로 건너갔것다. 도련님과 춘향은 월태화용 그림같이 마주 앉어 쌍긋쌍긋 웃어가며, 하룻밤을 지냈으니 허물도 적어지고 춘향모도 아는지라 사랑가를 허며 놀것다.
[진양조]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어화 둥둥 네가 내 사랑이지야. 삼오신정 달 밝은 밤. 무산 천봉 완월 사랑, 목락무변수여천으 창해 같이 깊은 사랑, 월하의 삼생연분 너고 나고 만난 사랑, 허물없다 부부 사랑. 이 연분 이 사랑이 비헐 곳이 전이 없구나. 생전 사랑이 이럴진대 사후 기약이 없겄느냐? 너 죽으면 나 못 살것다. 내가 먼저 죽거들랑 너도 부디 못 살어라.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글이 되되, 따 지 따 곤 그늘 음 아내 처 각시 시 계집 녀자 변이 되고 나는 죽어 글이 되되, 하늘 천 하늘 건 날 일 볕 양 사내 남 신랑 랑 아들 자자 몸이 되야 계집 녀자 변에다가 아들 자를 딱 붙여서 좋을 호자로 만나거던 네가 날인줄 알어다오.”
“아니 그것 나는 싫소.”
“그러면 또 될 것 네가 있다. 너는 죽어 꽃이 되되 이백도홍 삼촌화가 되고, 나는 죽어 나비 되되 화간 쌍쌍 벌 나비 되야 네 꽃송이를 담쑥 물고 두 날개를 쩍 벌리고 너울너울 놀거들랑 네가 날인줄 알려무나.”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또 될 것 네가 있다. 너는 죽어 서울 종로 인경이 되고, 나는 죽어 망치 되야 새벽이면 삼십삼천 저녁이면 이십팔수 천지를 응허여 댕댕 치거드면 다른 사람 듣기에는 인경 소리로 들리어도 너고 나고 듣기에는 ‘내 사랑 춘향 댕, 이도령 서방 댕’ 치거들랑 네가 날인 줄 알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