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탁
앨범 : 해사냥

어른이 되고 싶어 짙은 화장하고
거울 앞에서 멋을 내던 아이처럼
가만있지도 밀어내지도
못했던 서툰 네 몸 속에
처음 내 손을
넣어보던 그날 밤
난 예쁘지 않은데
우린 어디가 닮았나
다만 저울 저 끝에
조금 멀리 앉았을 뿐
떠나온 것은 머리 억센 아이 하나
떠나간 것은 오월 같은 웃음 하나
새끼손가락 하나 걸지 못했던
무쇠 같은 그 마음
구멍 하나 내는 일
저 하늘 밉다 찔러대는 솔잎같이
외롭지 않아 나는 미워했으니까
나를 들여다보다
튀어나온 등뼈를
타고 올라와 손끝으로
내려간 기억
난 예쁘지 않은데
우린 어디가 닮았나
잠들어야 하는데
해가 떠오르기 전에
떠나온 것은 머리 억센 아이 하나
떠나간 것은 오월 같은 웃음 하나
새끼손가락 하나 걸지 못했던
무쇠 같은 그 마음
구멍 하나 내는 일
저 하늘 밉다 찔러대는 솔잎같이
외롭지 않아 나는 미워했으니까
세상 밖에서 많은 것을 만진
내 두 손은 마치
너를 훔친 도둑 같아
우는 소리를 내던
널 두고서 너를 두고서
떠나온 것은 머리
억센 아이 하나
떠나간 것은
오월 같은 웃음 하나
새끼손가락 하나 걸지 못했던
무쇠 같은 그 마음
구멍 하나 내는 일
저 하늘 밉다 찔러대는 솔잎같이
외롭지 않아 나는 미워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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