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모 통곡

김주리
앨범 : 김주리 판소리 다섯마당 - 춘향가

“이애, 향단아 시장허다 밥 있으면 한 술 가져 오너라.” 춘향모친 이 말 듣더니, “아이고 얘, 향단아, 어서 찬수 장만허고, 더운 밥 지어라. 오 참 촛불이 급허구나.” “장모, 촛불은 뭣헐라는가?” “수년 동안 우리 사위 얼굴 그리웠더니 사위 얼굴 좀 봐야쓰것네.” “내일 밝은 날 보소.”
“자네는 대장부라 속이 넉넉하여 그러지마는, 나는 밤낮 주야로 기다리고 바랬더니,
사위 얼굴 좀 봐야쓰것네.” 향단이 촛불을 들여 놓으니 춘향 모친이 촛불을 들고 사위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허허, 열녀 춘향 서방 꼴 좀 보소.”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더니, “잘 되었네. 잘되었네. 잘 되었네. 열녀 춘향 신세가 잘 되었네. 책방으 계실 때는 보고 보고 또 보아도 귀골로만 생겼기에, 믿고 믿고 믿었더니 믿었던 일이 모두 다 허사로구나. 백발이 흩날린 머리 물마를 날이 없이, 전라 감사나 전라어사나 양단간에 되어 오라 주야축수로 빌었더니, 어사는 고사허고 팔도 상걸인이 다 되었네.” 후원으로 우루루루루 쫓아 들어가, 정화수 그릇을 번뜻 들어 와그르르르르 탕 탕 부딪치니 시내 강변이 다 되었네. 춘향 모친 기가 맥혀, 그 자리에 주저앉어, “죽었구나. 죽었구나. 열녀 춘향이는 영 죽었네.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이 일을 장차 어쩔거나.” 방성통곡으 울음을 운다.
“여보게, 장모. 날로 보고 참소, 그리고 나 시장허니 밥 있으면 한 술 주소.” 춘향모친 기가 막혀, “자네 줄 밥 없네. 자네 줄 밥 있으면 내 옷에 풀해 입고 살겄네.” 향단이 곁에 섰다 민망하여,
“여보, 마나님, 그리 마오. 아씨 정곡 아니 잊고 불원천리 오셨는디 대면박대는 못 허리다.” 부엌으로 들어가 먹든 밥, 젤이짐치 냉수 떠 받쳐 들고, “여보, 서방님. 여보, 서방님. 더운 진지 지을 동안 우선 요기나 허사이다.”
어사또 밥을 먹는디, 춘향 모친 미운 체 허느라고 휘모리로 따르르르 허니 장단을 맞춰가며 밥을 먹는디, 꼭 이렇게 먹든 것이었다.
원산 호랑이 지리산 넘듯, 두꺼비 파리 채듯,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중 목탁 치듯, 고수 북 치듯, 뚜드락 뚝딱. “어허, 참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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