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진주에 와, 전화 걸어
'내 지금 느그 동네다,' 연락 좀 하고 오던가 하지 임마
란 말은 걍 인사쯤.
안 변하네 하나도, 이만큼
뻔한 말 오가고 못하는 좋은데이
다섯 잔이나 먹고, 누군 공무원, 또
쟤는 졸업 앞두고
내가 부럽대, 나 잔액 300원인데
하고 싶은거 그게 좋은 거라네
마시자 그냥 헛소리 말고
니 옛날엔 참 잘생겼었는데
아저씨같노,
근데 내가 니친구네
돈다 돌아 짧게입은 여자들
수작 부리고팠는데 너무 작은
이 동네 소문이 무섭네
허탕 쳤지만 걔 아까 나 더듬더라
눕히려 했는데 내가 참은거라 치고,
뭐 어쨌든 올만에 보니 좋다 잘쉬고
이제 집에 갈게
할증이 붙은 택시
미터기를 부시고 싶어
괜찮은 척. 난 잘 살고 있어
집에 가보니
불이 켜져 있네.
날 반겨주는 곳
아버지 코고는 소리
엄마의 손
내가 덮던 이불
내가 배던 배게
내가 눕던 자리
내가 일어나던 곳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잠든 내 가족, 누군지 의심도 없고
마당에 나 때매 켜놓은 불
끄고 난 다음 캄캄한 거실 의자에
앉아. 서울에선 느낄 수 없는 평안한 어둠
난 어느 공간보다 함께한 여기가 좋거든
아직도 부모님은 내 불면증을 모르시겠지만
열심히 살아야지. 우리 아버지의 실직
나의 진실과 미래의 성공은 실친
아직 희비가 섞인 내 얼굴은 참 밉지
가장 멋지던 가장을 내가 가장하고
애써 어른인척 티 내지 않아도
내 모든 서툼이 용서를 받는
다른 바쁜 삶을 사는 나를 잊게 하는
유일한 공간, 내 고향
너무 큰 서울은 내 외로움보다 너무 좁아
이제 집에 갈게
할증이 붙은 택시 (택시)
미터기를 부시고 싶어
괜찮은 척. 난 잘 살고 있어
집에 가보니
불이 켜져 있네.
날 반겨주는 곳
아버지 코고는 소리
엄마의 손
내가 덮던 이불
내가 배던 배게
내가 눕던 자리
내가 일어나던
곳
진 주 시
명 석 면
덕 곡 리
촌 구 석
그곳 내가 히치하이킹해서
학교를 갔지, 버스가 없어서
너무 떠나고 싶던 곳에서
가장 그리운 곳이 되서
(얼른)
이제 집에 갈게
할증이 붙은 택시 (택시)
미터기를 부시고 싶어
괜찮은 척. 난 잘 살고 있어
집에 가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