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거 사실 내가 그랬어
아니 그냥 괜히 심술이 나서
네가 걔랑 얘기하면서
머리 넘기는 게 짜증 나게 예뻐서
그전에도, 네 거 사실 내가 숨겼어
빨리 가버리지 않았음 해서
그날따라 날이 좋아서
평소보다 네가 더 반짝거려서
그런 거야 미안
괜히 네겐 틱틱거리게 되고
맘에 없는 말 하곤
집에 가서 머리 쥐어뜯어 혼자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괜히
괴롭히기나 하는 내가 싫어
그러니까 오늘부터
다른 애들 말고 나랑 집에 가면 안 될까?
네가 뭔가 어려워하고 있으면
그게 뭐가 됐든 내가 도와주면 안 될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 특별한 건 아니고
그동안 못살게 군 거 사실 다 내가 그랬어
너랑 더 놀고 싶은데 너는 내 것이 아니고
걔 앞에선 네 얼굴이 발그레한 게 맘에 안 들어서 괜히
널 안 좋아하는 척했어
아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전부 다 싹 터놓고 얘기하자면
나는 아마도 널 처음 봤던 그날부터
널 좋아했던 것 같아
네가 자꾸 팔랑거리고 찰랑거리고 여기저기서 반짝반짝거려서
나는 두근두근거리고 자꾸만 널 찾아다니게 돼
근데 막상 네 앞에 서면 완전 고장이 나
괜히 네게 틱틱거리게 되고
맘에 없는 말 하곤
집에 가서 이불 겁나 차 뻥뻥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괜히
상처 주기나 하는 내가 싫어
그러니까 오늘부터
다른 애들 말고 나랑 집에 가면 안 될까?
네가 뭔가 어려워하고 있으면
그게 뭐가 됐든 내가 도와주면 안 될까?
내가 누굴 좋아해 보는 게 처음이라
뭘 어떻게 얘기하고 행동해야 되는지를 하나도 몰라
그러려던 건 아닌데 상처받았다면 미안해
근데 내가 너를 진짜 정말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오늘부터
네가 내 거하고 내가 네 거 하면 안 될까?
네가 뭔가 곤란해하고 있으면
그게 뭐가 됐든 내가 해주면 안 될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 특별한 건 아니고
그날 거기에 넣어놓은 거 그것도 내가 그랬어
알아챘음 좋겠는데 너는 다른 앤 줄 알고
걔한테 고맙다길래 이대론 널 뺏길 것 같아서
그동안 사실 다 내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