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내려와서 보니 아무것도 없고
누워 말라버린 쇠똥 같은 것밖에 없지
아 이것이 날 불렀나
이리 보아도 둥글 저리 보아도
둥글 우둥글 납잡이냐
아무 대답이 없거늘
아 이것이 하느님 똥인갑다
하느님 똥을 먹으면 만병통치 헌다더라
그 억센 발톱으로 자라 복판을
확 찍어 먹기로 작정을 하니
자라가 겨우 입부리만 내어갖고
자자 자자 우리 통성명합시다
호랭이 깜짝 놀래 아이고
이것이 날 더러 통성명을 하자고
어허 나는 이 산 중 지키는
호생원님이시다
예 저는 수국 전옥주부 공신 사대손
별주부 자라라고 하오
호랭이가 자라라는 말을 듣더니
한번 놀아보는디
별주부가 한 꾀를
얼른 내어 목을 길게 빼고
호랭이 앞으로 바짝 바짝바짝
기어들어가며
자 목 나가오 목 나가오
호랭이 깜짝놀래 아이고
그만 나오시오 그만 나오시오
아이 조그마한 양반이 어찌
그리 목을 들락날락 잘 하시오
그렇게 나오다가는 하루에
일천오백 번도 더 나오것소
어허 네 이놈 내 목 내력을
말할 테니 한번 들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