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O >
석양이 지는 산능성이에
내일을 쫓아 가는 사나이.
유독 낭만적인 고독. 담배를 펴도
찌푸린 미간에서 풍기는 짙은 기운.
말걸어봤자 침묵으로 일관할것같아
보이는 꽉 다문 입술.
꽤나 찬 바람을 찢어 낸 새파랗게 선 콧날.
해가 저무는 능선.
그 위로 지쳐버린 태양빛을 등져.
훈장대신에 두른 상처와 배신에
단련된 회심의 눈빛이 보낸 회신.
괘씸해 보이는 거만함.
이미 넝마가 된 Nirvana.
널부러진 겁보들보다도 영원한
적수를 찾는게 낭만.
이 끝없는 맞선.
외로움이 짝인 독고다이.
아직 애정이 낯선 그에게
소통의 매개는 막연한 대결.
곧 죽어도 짜릿한 당장의 대면속에
흐르는 적막과 계속될
재장전만이 곪은 삶의 유일한 해독제.
Deepflow >
해가 뜨고 또 달이 뜬대도
마시고 또 마셔. 잠들때까지.
밤새 또 퍼 마셨어. 해가 뜨건 말던
들이 붓는 날 친구들은 뜯어말려.
"딱 한잔만더"
술에 환장하던 놈들이 다 빼니까 나 서글퍼.
"딱 한잔만더"
정리를 서두르는 주인의 눈 보다 더 무서운건
그녀 전화기의 묵묵부답.
달이 차가운 밤. I'm ready to die.
긴 밤을 달린 내 친구야. 내일 또 봐.
열두장이나 넘어간 달력.
메달려 봤지만 안먹혀. "난 더 못 기다려"
속에 걸 다 걸러내고 벌컥벌컥 붓고 또 쏟아내.
매일 밤 유혹에 속았네.
휘청거리는 세상아 "반가워!"
다리가 풀렸어도 택시비는 좀 아까워.
이 아찔한 아침의 공기.
알콜에 몸을 섞어낸 확실한 동기.
Dead'P >
사랑도 갔고 내 젊음도 갔고...
떠나간 그녀를 못잊어 죽어 지낸지 며칠째.
창사이로 날 찌르는 빛이 내리꽃힐때
난 깨어났어. 따뜻함을 잃어서 거칠게
변한 내 모습에 다시 남자란 이름을 덧칠해.
속이 시꺼먼 날 하얗게 할 순 없어.
그런 날 다시 너한테 닿게 할 순 없어.
난 이제 시선을 나한테 맞게 낮추어서
잠깐 멈추었던 길을 가. 난 다 지웠어
니 웃음, 니 짧은 숨결까지 모두
한 모금 술잔에 담긴 이별의 소주
털고나서 뒤돌아 선 내 앞길엔
가시밭길 나지막히 내밷지.
들개같이 뛰던 인생. 꽃을 만나 향기에 취했었네.
꿈에서 깨 꽃은 잃어버린채 향기만 기억하고 다시 걷네.
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