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단이 썩 나서며, “하마터면 우리 아씨 낙상할 뻔 허였다!” 방자 허허 웃고 “사서삼경 다 읽어도 쫄쫄이 문자 처음 듣고, 인제 열대여섯 살 먹은 처녀가 뭣이 어쩌? 낙태했다네!” 춘향이 그네 아래 내려서며, “그 애가 낙상이라 허였지 언제 낙태라 하더냐?” “예, 그 말은 잠시 농담이고 노모시하 잘 계시며 향단이 너도 밥 잘 먹고 잠 잘 잤더냐? 그런데 큰일 났네.” “아니, 무슨 큰일이 났단 말이냐?” “오늘 일기 화창하야 사또 자제 도련님이 광한루 구경 나오셨다가, 자네들 노는 거동을 보시고 바삐 불러오라 하시기에 만단으로 말려도 종시 듣지 아니허시고 불러오라고만 허시니, 나와 같이 건너가세.” “아니, 엊그제 오신 도령께서 나를 어찌 알고 부르신단 말이냐? 네가 도련님 턱 밑에 앉아, 춘향이니 난향이니, 기생이니 비생이니, 새앙쥐 씨나리까듯 종지리새 열씨 까듯, 똑똑 꼬아바쳤지. 요 쥐구녁으로 쏙 빠질 녀석아!” “허허, 춘향이 집에서 글 공부만 많이 헌 줄 알았더니 욕 공부도 담뿍 허였네 그려. 자네 욕은 고샅이 훤허네. 그러나 자네 처사가 글렀지.” “아니 내 처사가 뭐가 글렀단 말이냐?” “내 이를 테니 들어 보아라.”
“네 그른 내력을 니 들어보아라. 네 그른 내력을 니 들어 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 여봐라, 추천을 헐 양이면은 너희 집 후원에 그네를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허여 은근히 뛸 것이지. 또한 이 곳을 논지허면, 광한루 머잖은 곳, 녹음은 우거지고 방초는 푸르러, 앞내 버들은 청포장 두르고 뒷내 버들은 유록장 둘러, 한 가지는 찢어지고 또 한 가지는 늘어져, 춘비춘흥을 못 이기어 흔들흔들 너울너울 춤을 출 제, 외씨 같은 두 발 맵시는 백운간에 가 해뜩, 홍상 자락은 펄렁, 잇속은 해뜩, 선웃음 빵긋, 도련님이 너를 보시고 불렀지, 내가 무슨 말을 허였단 말이냐? 잔말 말고 건너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