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로폰은 교활한 시시포스 왕의 아들이었습니다.
죄를 짓고 나라에서 쫓겨나
아르고스라는 나라로 피신하게 되었지요.
아르고스의 왕 프로이토스는 손님인 벨레로폰을
극진히 대접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왕비였어요.
“벨레로폰, 당신을 좋아해요.”
자신을 잘 대접해 준 왕을 배신할 수 없었던 벨레로폰은
왕비의 유혹을 매몰차게 뿌리쳤습니다.
화가 난 왕비는 왕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벨레로폰이 날 좋아한다면서 같이 도망가자고 했어요!”
왕비의 말만을 들은 왕은
벨레로폰이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왕은 당장 벨레로폰에게 벌을 내리고 싶었지만 그 나라에는
예전부터 환대한 손님을 해칠 수 없다는 관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고민하던 왕은
‘이 편지를 가져간 저를 죽여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벨레로폰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이 편지를 뜯어보지 말고
리키아의 왕 이오바테스에게 전해주거라.”
벨레로폰은 편지를 그대로 이오바테스 왕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오바테스는 편지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을 죽여달라는 편지를 가지고 오다니..
이때부터 본인에게 불리한 일을 전달한다는 뜻인
‘벨레로폰의 편지’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벨레로폰을 그냥 죽일 수는 없었던 이오바테스 왕은
벨레로폰에게 말했습니다.
“괴물 키메라를 없애 주게. 없애만 준다면 공주와 결혼하고
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게 해 주겠네.”
키메라는 사자의 몸에 뱀 꼬리를 달고 있는 괴물이었습니다.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사람들을 마구 잡아먹었어요.
벨레로폰은 키메라를 죽이러 길을 떠났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키메라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벨레로폰은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도착한 곳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신전이었습니다.
벨레로폰은 아테나 여신에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저에게 키메라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러자 아테나 여신이 내려와 황금 고삐를 주며 말했습니다.
“페가수스를 타고 가거라.”
메두사의 피에서 태어난 말 페가수스를 기억하시나요?
페가수스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페가수스는 아주 난폭해 그 누구도 길들일 수가 없어
들판을 떠돌고 있었습니다.
벨레로폰은 페가수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아테나 여신의 황금 고삐를 씌웠어요.
놀랍게도 페가수스는 아주 온순하게 벨레로폰에게 복종했습니다.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을 날아
키메라가 사는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키메라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동굴 입구에서 맹렬히 불을 뿜고 있었습니다.
벨레로폰은 하늘에서 키메라에게 화살을 무수히 쏘았습니다.
하지만 단단한 가죽을 가진 괴물
키메라를 쓰러뜨릴 순 없었습니다.
벨레로폰은 큰 납덩이를 꽂은 창을 높이 들어 올렸어요.
그러고는 불을 뿜고 있는 키메라의 입에 정확히 던져 꽂았습니다.
창에 꽂혀 있던 납덩이가 불에 녹으며
키메라의 숨을 막아버렸습니다.
벨레로폰이 키메라를 죽이고 당당히 돌아오자
이오바테스 왕은 생각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키메라를 죽일 수는 없다.
신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약속대로 벨레로폰은 예쁜 공주와 결혼해 왕이 되었습니다.
왕이 된 벨레로폰은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을 날며 우쭐해했습니다.
“나는 키메라를 죽이고 예쁜 공주와 결혼해서 왕이 되었지.
하늘도 날 수 있겠다 신과 다르지 않다.
올림포스로 날아 올라가 볼까?”
오만한 벨레로폰을 본 제우스 신은 페가수스에게 말했습니다.
“페가수스야, 신들을 우습게 아는 벨레로폰을 떨어뜨리거라.”
제우스의 말을 들은 페가수스는
크게 몸을 흔들며 벨레로폰을 떨어뜨렸습니다.
겸손하지 못했던 벨레로폰은 크게 다쳐
남은 생을 초라하게 마감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