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밟으며
꿈 따러 간다
유달산 함박 핀
꽃 따러 간다
어릴 적 나에게 봄은 황톳빛 먼지
굵게 날리던 기억이야. 행길 따라
길게 늘어선 전봇대 그 전선 줄 위로
뭉게뭉게 군가 소리 매달리던 기억.
군인들 행렬이 지나고 자욱한
먼지 걷히고 나면 봄볕 한가운데
들판 가득 출렁이는 것은
처음 느낀 외로움이었어.
흐드러진 개나리
다 지기 전에
그 언저리 숨어 있을
당신 웃음
훔치러 간다
음
훔치러 간다
당신 웃음
봄은 배고픔이야. 서울 가신 우리 엄마
하루종일 기다리던 버스 정류장
그 한 켠엔 방앗간이 있었어.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얗고
뜨거운 김에 얼굴을 대고 있으면
진한 쑥 내음과 함께
모든 시름이 잊혀졌지.
보고픈 엄마도 집도 사고 싶은
범표 운동화도 말이야.
설움같은 배고픔 봄은 배고픔이었어.
봄 햇살 쥐고서
꿈 따러 간다
유달산 함박 핀
졸음 따러 간다
그 어릴 적 나에게 봄은 봄바람 가득
펄럭이는 그리움이야.
봄 햇살에 눈 찌푸리고 선 내 얼굴 위로,
학교 담장 밑 잔뜩 웅크려 앉은 먼지
뽀얀 민들레 위로, 가슴 뛰며 내려앉는
하얗게 버짐 핀 햇살.
봄바람 지나는 길목 내가 만난 것은
목이 메이는 그리움이었어.
두근두근 진달래
다 지기 전에
그 언저리 숨어 있을
당신 웃음
훔치러 간다
음~
훔치러 간다
당신 웃음
(유달산에서 전 봄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