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냐… 무슨 소리지…? 여… 여긴… 분명 스노우 아일랜드인데…
왜 섬이 모두 녹아 버린 거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악! 으억! 악!”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으억! 악!”
“맞아 분명 비명소리야! 저 동물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저기 멀리 동물 한 마리가 빙하 위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바다로 빠져버리고 있어요!
혹시 사라진 스노우 아일랜드와 관련이 있을까요?
한번 하푸를 따라가 봐요!
“저기 괜찮으세요?”
“이런… 역시 안 되는 건가... 난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 계속 가려무나 펭.”
“하지만 너무 힘들어 보여서요…”
“그래 역기 좀 힘들긴 하군 펭…”
“잠깐만요! 거대한 캔소라껍질을 드릴 테니 여기에 올라오세요!
배처럼 둥둥 뜰 거예요!”
“고맙구나…”
“어휴… 이제야 좀 살 것 같군…”
“나는 하푸에요! 아저씨는…?”
“아 내 소개가 늦었구먼.
나는 스노우 아일랜드의 펭귄 족장이란다 펭.”
“근데… 여기가 스노우 아일랜드가 맞나요?”
“그래. 못 믿겠지만 여기가 스노우 아일랜드란다 펭.”
“스노우 아일랜드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러게 말이다… 나도 이유를 조금 알고 싶군….”
언제부터일까
점점 사라지는 섬
이유가 뭘까
아직도 모르겠어
아름답던 보금자리
언제 이렇게 된 걸까
이유라도 알고 싶어
녹아버린 우리의 섬
눈을 감으면
이렇게 선명한데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게 다 사라지고
새하얗게 펼쳐졌던
우리의 보금자리가
모두 사라져
다 사라져 전부
꿈처럼
“펭귄들이 살기 정말 좋은 곳이었는데 말이지…
저 바다의 지평선 너머까지 가득했던 빙하들…
스노우 아일랜드의 위기를 직감한
난 내 가족을 포함한 모든 펭귄들을 피신시켰다 펭.”
“그래서 다른 펭귄들이 없었군요.”
“그래. 하지만 네가 봤던 저 스티로폼 빙하만은 녹지 않더군.
난 다시 희망을 봤어! 스노우 아일랜드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찾을 수 있도록 말이야 펭!
근데 저 위에서는 도저히 중심을 잡을 수가 없더군
저건 빙하가 아니야 그저 빙하와 닮은 무언가일 뿐이지.”
그런 사정이…. (잠시 머뭇거리며) 근데… 펭귄 족장님…!
펭?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게 어때요?”
“무슨 소리! 난 족장으로서 스노우 아일랜드를 지킬 의무가 있다!
대대로 우리 족장 집안은 스노우 아일랜드를 버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어 펭! 내가 그런 불명예스러운 짓을 저지를 순 없다 펭!
“하지만… 가족들이 기다릴 거예요.”
“내 가족들은 이해할 거다. 슬프지만… 그게 족장 가족의 숙명이니까 펭.”
“펭귄 족장님은 혹시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 있으세요?”
“펭? 그게 무슨 소리지?”
“저는 항상 아빠를 기다렸어요! 사냥에서 돌아오는
아빠를 보는 게 좋았거든요!
물론 아빠가 잡아 오는 물고기를 기다린 적도 있지만…
헤헤 아무튼! 그날은 아빠가 꽤 오래 사냥을 나간 날이었어요!
아빠는 거대한 물고기를 사냥해서 돌아온다고 하셨죠!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빠가 오지 않았어요…
돌아오지 않는 아빠가 밉다가도 보고 싶다가도…
시간이 더 지났을 때쯤
이제 거대한 물고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어요.
그저 아빠가 돌아오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저런… 많이 슬펐겠구나 펭.”
“네… 그래서 아빠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 이곳까지 오게 된 거예요!”
“하푸야 아직 아빠를 못 찾은 거지 펭?”
“네… 족장님! 그래서 말인데 혹시 빙하 배를 탄 북극곰을 보셨나요?!
분명 아빠가 스노우 아일랜드 쪽으로 갔다고 했어요!”
“흠… 빙하배를 탄 북극곰이라… 글쎄 그런 북극곰을 본 기억은 없구나 펭.”
“그렇군요… 그럼, 이곳 말고 다른 섬은요? 분명 다른 섬에 있을 거예요!”
“하푸… 미안한 이야기지만…
스노우 아일랜드는 동물들의 섬 중 가장 끝자락이야. 이곳 너머에 다른 섬은 존재하지 않아.”
“말도 안 돼… 거짓말… 그럴 리가 없어요…”
“미안하구나 펭…“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다 끝난 건가요
머나먼 바다 끝 길을 잃은 나
깊고 캄캄한 이곳에
홀로 남겨진 나 부서진 마음
이제는 어떡하나요
바보 같은 짓이었나요.
나의 모든 순간이.
더 이상 나아갈 힘이 없어요
내 이름 불러주던 아빠의 낮은 목소리
나를 안아주던 아빠의 온기
그 모든 게 그리워요
잃어버린 모든 시간
다시 되돌릴 수 없나요
어디로 가야죠
나 길을 잃었나 봐요
“하푸야… 괜찮니 펭?”
“잘… 모르겠어요… 이제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족장님?”
“섬이 하나 더 있다 펭.”
“정말요? 그게 어딘데요?”
“블랙 아일랜드.”
“블랙 아일랜드요?”
“그래. 동물들 섬 너머의 섬이지
그곳은 동물들이 살 수 없는 기계로 만든 섬이란다 펭.”
“그곳에 아빠가 있을 거예요…
분명해요! 족장님! 그곳은 어떻게 가야 하죠?”
“블랙 아일랜드는 너무 위험하다 하푸…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니 펭.”
“안돼요! 아빠를 찾으러 가야 해요!
그냥 돌아가면 엄마가… 엄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휴… 고집이 센 북극곰이로군 펭….
여기서 남쪽으로 가거라.
가다 보면 뿌연 연기가 피어나는 섬이 보일 거다.
검은 하늘과 검은 바다가 보인다면 그곳이 바로 블랙 아일랜드의 영역이다 펭.”
“검은 하늘… 검은 바다… 이만 가볼게요 족장님! 족장님도 어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세요!”
하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블랙 아일랜드로 향해 갔어요.
그런 하푸를 보며 펭귄 족장님은 쓸쓸한 눈빛으로 하푸를 쳐다봤어요.
“행운을 빈다 펭… 부디 무사하길…”
철썩철썩
“하늘이 뭔가 어두워졌어… 아직 밤은 아닌데. 저건 연기?
그래, 뿌연 연기가 보여! 블랙 아일랜드에 거의 다 온 게 분명해!
윽… 이게 무슨 냄새지? 킁킁 킁킁 고약한 냄새가 나…
이게 뭐지? 바위도 아니고… 나뭇가지도 아니고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야.
혹시 이게 현자 바다거북님이 말했던 녹지도 썩지도 않는 존재들?
킁킁… 고약한 냄새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어… 검은 바다…?
펭귄 족장님이 말했던 검은 바다야! 콜록콜록! 갑자기 안개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가 하푸의 눈을 가리고
하푸는 오로지 파도에 둥둥 배를 맡긴 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때 뿌연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마치
거대한 벽처럼 웅장한 섬 하나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타났어요.
“여기가 바로 블랙 아일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