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 얘, 방자야.”
방자 눈치 빠른 놈이라 도련님이 춘향 보고 벌써 넋 나간 줄 알었지.
“예.”
“저 건너 화림 중의 울긋불긋 오락가락 하는 것이 사람이냐, 신선이냐?”
“그런 것이 아니오라 이 고을 퇴기 월매 딸이온디, 제 본심 도고허여 기생 구실 마다허고 대비 넣고 물러나와 백화 춘엽에 글귀나 생각허고 침선녀공과 음률을 정통하와, 이 골서 이르기를 천상계화라 허옵는디, 오늘이 단오날이라 그네 뛰러 나왔나 보옵니다.”
도련님이 기생의 딸이란 말을 듣더니 불러볼 일을 생각허여 어찌 옹골졌던지,
“얘, 기생의 딸이 저렇게 잘 생겼단 말이냐? 한번 못 불러볼까?”
“안되지요.”
“그 어찌 안 된단 말이냐?”
“춘향모가 불호랭이 보다 더 무서운 늙은인디, 춘향을 내외시킨다고 문밖 출입을 거절허고 그 집 문전으로 머슴아 하나 얼른거리지 못헙니다.”
“얘, 저는 이 고을 기생의 딸이요, 나는 이골 사또 자제로서 저 한번 못 불러 본단 말이냐? 잔말 말고 불러 오너라.”
“도련님이 정 그러시면 춘향모가 동헌에 들어가 사또 전에 여쭈어 놓으면 어찌 될 일이오?”
도련님 엄부시하에 공부나 하시는 터라 겁이 왈칵 났지. “얘, 그럼 어찌 해야 되겠느냐?”
“어찌 히요. 일 다 틀렸으니 잊어버리시오.”
한참 이리 헐제, 춘향이는 추천허다 땅에 툭 내려 서며 도련님과 눈이 마주쳤것다. 춘향이 세안으로 도련님을 잠깐 보니, 넉넉한 의사가 외화에 나타나니 군자의 거동이요, 맑은 기운이 사람으게 쏘이치니 열사으 기상이라. 춘향이 깜짝 놀래어,
“향단아, 저 건너 누각 우에 섰는게 누구냐?”
“통인 서고 방자 선 것 본게 이 고을 사또 자제 도련님인개비요.”
춘향이 깜짝 놀래어,
“아이고, 그럼 벌써 나왔겄구나. 부끄러워 어쩔거나.”
춘향이는 도련님 때문에 추천 못 허고 들어가는디, 도련님은 일단 정신을 쏘아 춘향만 보고 있것다.
[단중모리]
가벼야이 걷는 걸음 걸음마다 꽃이 핀다. 홀연히 내를 건너 보이지 아니허니 경인 신선은 동천으로 돌아 들어 자취를 감추었고 달은 서봉을 지내어 밝은 빛을 거두어오니 도련님 어린 마음 진정헐 길이 바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