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모리]
하루 가고 이틀 가고 열흘 가고 한 달 가고 날 가고 달 가고 해가 지낼수록 임의 생각이 뼈 속으 든다.
“도련님 계실제는 밤이 짤루어 한일러니, 도련님 떠나시든 날부터 밤도 질어서 원수로구나. 도련님 계실 적으 바느질을 허노라면, 도련님은 책상 놓고 소학 대학 예기 춘추 모시 상서 백두시를 역력히 외어가다, 나를 흘끗 돌아보고 와락 뛰어 달려들어 내으 허리 부여 안고, ‘얼씨구나 내 사랑이지’ 허든 일도 생각이오. 그 중 더욱 간절헌 게 이배 기별 오기 전으 주련한장 쓰시기를, ‘시련유죽산창하의 불개청음 대아귀’를 붙여두고 보라기어 심상히 알었더니, 이제와서 생각을 허니 이별을 당헐라고 실참으로 쓰셨든거나. 행궁견월상심색으 달만 비쳐도 임의 생각. 춘풍도리 화개야으 꽃만 피어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으 비 죽죽 와도 임의 생각. 추절 가고 동절 오면 명사벽해를 바라보고 뚜루루루루루 낄룩 울고가는 기러기 소리에도 임의 생각.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그칠 날이 없어 모진 간장의 불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면서 세월을 보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