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커튼에 가려진 빛, 알람이 울리지
또 같은 하루가 시작되겠네, 난 컴퓨터를 켜지
거기엔 온갖 세상 돌아가는 일
지루하지 않아, 문 밖의 이 가시밭길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던 가치관이
부서진 순간이 오게 돼 있다니
매일 열심히 싸우는 이 게시판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은 안 하지
뉴스는 날 불러, 히키코모리로
사지 멀쩡한 녀석이 게으름 피곤
힘든 일은 피하기만 하는 게 요즘 젊은이고
난 화면에 대고 엿 날려, 안 해봤잖아, 늙은이들
자격증이란 건 고작 이력서 한 줄용
비 오니까 우산 대신 끌어온 방수포
근데 난 쥐뿔도 없으니까 그마저 안 할 수도
그래도 아직 여깄는건 희망을 놓지 않은 증거, yeah
아, 또 빌어먹을 아침
내 방문에 안팎으로 걸린 망할 잠금장치
나도 열어봤다고, 안 열리는데 어떡하지
돌아오는 답은 노력, 다 내 탓이라지
토익은 850점이 기본
컴활, 기사 자격증 하나는 깔려야지요
이젠 자격증은 별로 안 중요할지도
그보단 대외활동, 상을 받아와야죠
이건 충분조건 아냐, 고작 출발점
학점은 당연한거야, 쉬지 마, 한 순간도
요샌 경력이 중요해, 신입은 안 뽑아
그럼 신입은 대체 어떻게 하면 되나
돌아오는 대답은 눈을 낮춰라
사람 후려칠 생각만 가득한 철학
일정량이 지나면 갑자기 뚝 떨어지는 월급
뭐, 이게 사회 탓 아니라면 그래, 그런 거군
알고리즘에 뜬 뉴스, 노조가 15%
그 중 절대다수가 소속됐어, 한 군데에
고용주와 근로자가 싸울 자린 아닌데
어째 이기심 속에선 견원지간이야, 한심해
그러다 문득 꺼진 화면 속 비친 내 얼굴
누구보다 내가 제일 비참하단 건 잘 알고
점점 이게 악마같아 보이게 되어가서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방문을 걸어잠금
Uh, 그래, 이건 변명거리
그래서 네 대답은 뭐 어쩔 건지
하나도 안 담고 있잖아, 그저 억지
사실 그게 오답인 건 너도 당연히 알지
그러고 보니까 출산율 문제가 심하다던데
지금 내 꼴을 봐봐, 미친 거야 낳는 게
사람은 물이 없어도 며칠을 살 수 있어
근데 희망이 없으면 더 살아가긴 글렀어
그래, 나도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살고 싶어
근데 그건 배신이야, 부모님은 날 믿으셔
나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아직 될 거라는 희망은 남기고 싶어
놔버리란 말 하지마, 그냥 대답해줘 봐봐
나 하란 대로 열심히 따라왔잖아, 이제 어떡해야 할까
이렇게 하면 잘 살 수 있다고 했잖아
트로피에 떨어지면 자살해야 하냐?
나 좋아하는 일 하고파, 어떡해야 돼?
이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네
그보다 난 대체 뭐를 좋아해?
있어, 지금 해야 할 게. 근데 왜?
이건 사회 탓이 아냐, 내가 처한 현실
근데 왜 저들은 내 말을 그런 비판과 엮지
너희들도 받아들이기 싫은 거구나, 좆같은 현실
내 방문에 보이는 하나 더 늘어난 잠금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