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딸기 주스에 몸을 담근다
빨갛게 잠식된 나의 사랑 얘기
생딸기가 아니래도 좋아
F00으로 초기화된 변수
딸기 주스는 달콤하니까
눈을 뜬 그때는 사라지는 거야
덜컹거리는 전철 속에는
이미 떠나간 우리가 있었다
원심분리된 찌꺼기를 삼키곤
오지 않을 미래를 준비해
냉동실이 꽉 찰 그때쯤이면
나는 출구를 찾아서 너를 데려가겠지
새빨간 액체에 잠겨
너를 사랑했다는 사실들도
모두 녹아 버렸던 걸까
붉은 수평선 너머로 웃어 봐
전부 마셔 버린 거야
딸기 주스도 너와의 시간도
올려다본 하늘까지도
돌아오는 길을 붉게 물들여
냉동딸기 주스에 몸을 담근다
가라앉아 버린 나의 사랑 얘기
생딸기였으면 좋았을까
000으로 초기화된 변수
빈 병을 분리수거한다
깨끗하게 씻어서 안녕인 거야
끝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4.5리터는 부족했던 걸까
설탕을 아무리 뿌려 봐도
느껴지지 않는 달콤함
합성감미료를 넣어도
돌아오지 않는 너였던 거야
새빨간 액체에 잠겨
너를 사랑했다는 사실들도
모두 녹아 버렸던 걸까
붉은 수평선 너머로 웃어 봐
전부 마셔 버린 거야
딸기 주스도 너와의 시간도
올려다본 하늘까지도
돌아오는 길을 붉게 물들여
냉동 딸기는 이제 필요 없다고
말해 봐도 나는 네가 좋다고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
딸기 주스는 맛있으니까
무엇이든 얼마든 할 수 있는데
만들어 냈던 타임머신엔
딸기 주스를 엎어 버렸었다
새빨간 액체에 잠겨
너를 사랑했다는 사실들도
모두 녹아 버렸던 걸까
붉은 수평선 너머로 웃어 봐
전부 마셔 버린 거야
딸기 주스도 너와의 시간도
올려다본 하늘까지도
돌아오는 길을 붉게 물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