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2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마지막 잎새

“할아버지, 늘 멋진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술만 드시면 좋은 그림을 그리실 수가 없죠.”
“허허허. 맞는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의욕이 생기지 않아. 이젠 내 그림은 틀렸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
“휴우, 할아버지. 존시도 할아버지처럼 희망을 잃은 것 같아요. 희망을 가지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존시는 아직 젊은데…, 대체 무슨 일이니?”
“존시가 폐렴에 걸렸어요. 그런데 존시는 병을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누워서 담쟁이덩굴 잎만 세고 있어요. 담쟁이덩굴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고 하면서요.”
베어먼 할아버지는 수의 말을 듣고 화가 난 듯 소리쳤어.
“아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죽겠다니!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딨어?”
베어먼 할아버지는 수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어. 존시는 잠들어 있었지. 창 밖에는 바람이 윙윙 세차게 불고 있었어.
수는 창문에 커튼을 치고 베어먼 할아버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정말 큰일이에요. 저렇게 바람이 부니. 당장이라도 담쟁이덩굴 잎이 다 떨어질까봐 두려워요.”
“휴우, 존시가 그렇게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
수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베어먼 할아버지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
다음 날 아침. 수가 따뜻한 수프를 가지고 들어오자 존시가 힘없이 팔을 커튼 쪽을 향해 뻗으며 말했어.
“수, 커튼을 걷어 줘.”
“존시, 우선 이것 먼저 먹어. 수프가 다 식겠어.”
수는 담쟁이덩굴 잎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커튼을 걷으려 하지 않았어.
“아니야, 커튼부터 걷어 줘. 부탁이야, 수.”
존시가 몇 번이나 부탁하자 수는 어쩔 수 없이 커튼을 걷었어.
“한 잎, 두 잎, 세 잎……. 이제 여섯 잎밖에 남지 않았어. 오늘 밤이 지나면 다 떨어져 버리겠지? 그럼 나도 따라갈 거야.”
존시는 힘없이 중얼거렸어.
“존시, 제발!”
수는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어. 그래서 다시 커튼을 확 닫아버렸단다.
그날 밤에도 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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