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반드시 공주님을 지켜 드릴게요.”
공주도 점점 왕자에게 빠져들었어. 자신을 위해 무서운 로트바르트에게 맞서준 왕자를 사랑하게 된 거야.
“네. 알겠어요. 오늘 밤 자정이 되자마자 꼭 갈게요. 만약 사랑의 맹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전 영원히 마법에서 풀려 날 수 없을 거예요.”
“제 맹세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왕자와 공주는 달빛 아래에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춤을 추었어. 어느덧 새벽이 되자 공주는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갔지.
“공주님, 무도회를 절대 잊지 마세요.”
왕자는 백조가 된 공주를 향해 소리쳤어. 그런데 그 모든 말을 들은 누군가가 또 있었어.
“흐흐흐흐. 내가 그렇게 되도록 가만 둘 줄 알고? 낄낄낄.”
바로 로트바르트였지. 로트바르트는 올빼미로 변신해 낡은 성의 지붕에 앉아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엿들었던 거야. 로트바르트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웃었지.
시간이 흘러 왕자의 왕궁에서는 성대한 무도회가 열렸단다.
“저는 옆 나라 공주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웃 나라 백작의 딸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대를 받고 참석한 각 나라의 공주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왕자와 왕비 앞으로 나와 자신들을 소개했어.
‘아, 오데트 공주는 왜 안 오는 거야? 설마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왕자는 공주를 기다리느라 사람들이 들어서는 입구 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 왕자의 마음을 모르는 왕비는 왕자의 이런 행동이 아주 못마땅했어.
“어느 공주를 신부로 맞이하겠느냐, 지크프리트?”
그때 정문을 지키던 병사의 우렁찬 나팔 소리가 들렸어. 또 한 명의 공주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였지. 무도회장의 문이 서서히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한 기사가 공주를 데리고 들어왔어.
“아, 오데트 공주!”
지크프리트 왕자는 공주에게 달려가 두 손을 잡았어. 하지만 그 공주는 오데트 공주가 아니었어. 검은 옷을 입은 기사는 마법을 부려 모습을 바꾼 로트바르트였고, 공주는 그의 딸 오딜이었지.
‘흐흐흐. 내가 그 맹세를 깨게 만들어주지. 흐흐흐.’
로트바르트는 오데트 공주에 대한 왕자의 맹세를 깨뜨리려고 자신의 딸을 오데트 공주로 변신시켜 데리고 온 거야.
“오데트 공주, 한참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그 약속을 잊다니요.”
“아, 오데트 공주. 정말 아름답소.”
“호호호. 제가 정말 그렇게 아름답나요? 어제 본 오데트 공주처럼요?”
“어제 보았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