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조
그때여 심봉사는 적적헌 빈 방 안으 터진듯이 홀로 앉어 딸 오기만 기다릴 제 배는 고파 등
으 가 붙고, 방은 치워 한기 드는디 먼 데 절 쇠북을 치니 날 저문 줄 짐작허고 혼잣말로 탄식헌다 우리 딸 청이는 응당 수이 오련마는 어이 이리 못오는그나 아니고 이것이 웬일인가 부인으게 붙들렸느냐 길에 오다가 욕을 보느냐 풍설이 자자허니 몸이 치워 못 오는가 새만 푸르르르 날어가도 심청인가 불러보고 낙엽만 퍼썩 휘날려도 아가 청이 오느냐 아가 청아 아무리 불러봐도 적막공산의 인적이 없어지니 허허 내가 속았구나 아이고 이 일을 어찌를 헐끄나 내가 분명히 속았네그려
자진머리
심봉사 거동 보소 속에 울화가 버쩍 나서 닫은 방문을 후닥딱 지팽이 흩어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이 나가는디 그 때여 심봉사가 딸의 덕에 몇 달을 가만히 앉어 먹어노니 도량출입이 서툴구나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이 나가면서 아이고 청아 어찌허여 못 오느냐 에이 이거 어쩐 일인고 그저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이 나간다 급히 다리를 건너다 한 발 자칫 미끄러저 질 넘은 개천물에 밀친 듯이 풍 아푸 아푸 아이고 사람 죽네 나오라면 미끄러져 무진무진 들어가고 나오라면 미끄저져 풍 빠져 들어가니 심봉사겁을 내어 두 눈을 희번쩍 희번쩍 번쩍거리며 아푸 아이고 도화동 심학규 죽네 사람 좀 살리소 아무리 소리를 지른들 일모도궁허여 인적이 끊쳤으니 뉘가 건져주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