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배좌수의 집은 난리가 났어요.
장화가 죽은 것도 모자라 홍련이 사라졌으니,
배좌수는 온 집안을 뒤엎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아니! 우리 집에 귀한 딸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이냐!
이렇게 집안이 다 망하게 생겼네! 아이고, 내 팔자야!”
배좌수는 찢어지는 마음을 안고 원님에게 달려갔어요.
원님은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에 깜짝 놀랐어요.
밖으로 나와보니,
배좌수가 눈물을 펑펑 흘리고
무릎을 꿇으며 빌고 있었어요.
“원님, 이 마을에 제 금쪽같은 딸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한 놈은 부정한 죄를 저질렀다지만,
다른 한 아이는 제 언니가 죽었다고
편지 하나 달랑 두더니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제발 이 불쌍한 백성의 마음을 풀어주십시오, 나리!”
배좌수는 홍련이 남기고 간 쪽지를 원님에게 넘겼어요.
원님은 주의 깊게 그 쪽지를 읽어보았지요.
‘한없이 착하고 다정한 저의 장화 언니는
절대로 부정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언니의 편지와 언니의
다른 글이 담긴 종이를 원님에게 전해주시고
꼭! 언니를 음해한 인간을 찾아주셔요.’
원님은 배좌수의 이야기를 듣고 장화의
글씨가 담긴 종이와 장화의 편지를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글쎄, 장화의 평소 글씨체와
장화의 편지에서 나온 글씨체가 다른 것 아니겠어요?
“지금 당장 집을 샅샅이 뒤져
이와 비슷한 글씨체를 찾아오거라!”
원님은 큰 소리로 이방에게 명령하였어요.
이방은 원님의 말을 듣고
포도청의 병사들과 함께 집안을 뒤졌지요.
“여기! 이 글씨체와 비슷합니다!”
“어디! 이리 가져와 보거라!”
글씨체가 담긴 종이와 장화의
편지를 유심히 보던 원님은
그 두 글의 글씨체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글은 누구의 것이더냐?”
“바로 이 집 배좌수의 부인 호씨의 글이 옵니다.”
“호씨 네 이놈! 감히 눈속임하여
선량한 아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웠겠다!
당장 옥에 가두거라!”
이방과 병사들은 즉시 호씨를 찾아
옥에 가두었어요.
호씨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
그저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며
순순히 감옥에 들어갔어요.
“어휴, 죄 없는 아이에게 그런 악한 죄를 씌우다니.
그 얼굴에 그 마음씨로구나.”
옥에 끌려가는 호씨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차며 험한 말을 했어요.
옥에 끌려간 호씨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버렸어요.
어두컴컴한 세상에 혼자 내버려진 듯했어요.
제 아들인 장달은 어미를 위해
진실을 고백하지 않은 채 외면하였고,
배좌수와 사람들은 호씨가 악한 사람이라며 헐뜯기만 했어요.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호랑이가 되어
자신을 물어뜯는 기분이 들었어요.
호씨는 슬픈 마음을 가슴에 묻은 채 잠이 들었어요.
그날 밤. 자고 있던 호씨는 눈을 살큼 떴어요.
그런데 그곳은 감옥이 아니라,
안개만 자욱하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이었어요.
그런데, 저 멀리서 쿵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땅이 흔들리고,
번개가 번쩍 빛나고 ‘쿠궁’ 하는
천둥소리가 나는 것 아니겠어요?
호씨는 깜짝 놀라 털썩 주저앉았어요.
그때, 장군처럼 위풍당당한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어요.
“네 놈이 감히, 내가 아끼는 선녀를 죽음에 몰아넣었겠다!
이 죄는 평생 받아도 모자라!”
호씨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어요.
거기에는 큰 그림자와 함께 산보다
큰 마고 신이 있었어요.
“제가 큰 죄를 저질렀나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하는지라,
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순간에 큰 실수를 했나이다.
저를 유일하게 다정히 대해준
그 아이에게 씻지 못할 아픔을 주었으니,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사옵니다!”
“그래, 장화와 홍련은 너를 그렇게 지어미같이 모셨거늘,
자기 자식의 생사를 위해 감히
장화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겠다!
장화는 너에게 자식도 아니더냐?”
“그건 절대로 아니옵니다.
장화와 홍련이 저에게 베풀어 준 마음이 있어 항상 고마웠습니다.
다만 이제껏 남편과 마을 사람들이
두 자매와 제 자식을 비교하며 업신여겼습니다.
이런 상황에 아들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저와 제 자식들은 집에서
쫓겨나 어디도 가지 못할 신세가 됩니다.
저희 아이들만은 살려주시옵소서.
모든 죄는 이 어미가 달게 받겠사옵니다.”
호씨의 눈물겹고 진심이 담긴 목소리는 강철 같던
마고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씩 녹였어요.
잠시 고민을 하던 마고 할머니는
호씨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어요.
“흠, 장화와 홍련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 보이긴 하는구나.
하지만 죄를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 하는 법.
지금부터 네놈은 하루 종일 물만 먹으며,
장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늘에 빌 거라.
필시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마고 할머니는 호씨에게
장화를 살릴 방법을 제안했어요.
“제가 기도하면 장화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건 너의 기도에 달렸느니라.
그러니 열심히 기도하거라.”
“네, 물론이죠.”
호씨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그 대답을 들은 마고 할머니는
금세 안갯속으로 사라졌어요.
호씨는 깜짝 놀라 눈을 반짝 떴어요.
호씨는 감옥 안에 누워있는 상태였어요.
호씨는 정신을 차리고 당장 꿈에서
들은 대로 물만 먹고 하늘에 빌었어요.
“천지신명님, 마고 신이시어.
부디 장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장화가 살 수만 있다면,
이 하찮은 목숨 아깝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장화를 살려주시옵소서.”
감옥을 지키는 병사들과 죄인들 모두 호씨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호씨는 그 누구의
눈초리와 말에도 상관하지 않고
밤이나, 낮이나 하늘을 보며 장화를 위해
기도를 올렸어요.